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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심리학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지는 것 같을 때 감정 둔감화의 행동심리학

by bearbombi 2025. 12. 13.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지는 것 같을 때 감정 둔감화의 행동심리학

 

1. 슬픈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닌 상태, 도대체 이건 뭘까


어떤 사람들은 어느 날 이런 느낌을 말한다. “요즘은 그냥… 아무 느낌이 없다.” 예전에는 좋아하던 것도 설레지 않고, 슬퍼야 할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화가 나야 할 상황에서도 마음이 덤덤하고, 그저 “그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린다. 겉에서 보기에는 침착하고 성숙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마음속이 비어 있는 것 같고, 마치 유리창 너머로 인생을 구경만 하는 관객이 된 느낌을 받는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감정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차단된 ‘감정 둔감화’ 상태로 설명한다.

감정 둔감화는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오랜 기간 반복된 스트레스와 과부하 위에서 서서히 자라난다. 처음에는 힘들고 화가 났고, 억울하고 서러웠다. 그러나 그 감정을 표현했을 때 돌아온 반응이 차갑거나 무시되거나, 오히려 “너 예민하다”는 평가였던 경험이 반복되면, 마음은 점점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느끼면 더 힘들다.” 그 결과, 감정을 막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다.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하면, 눈물 대신 무감각이 찾아온다. 슬픔을 줄이기 위해 감정 볼륨을 줄였는데, 기쁨과 설렘까지 같이 작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지는 것 같을 때|감정 둔감화의 행동심리학

 

2. 너무 많이 느껴서, 결국 아무것도 안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


겉으로 보기에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감정 둔감화는 ‘원래부터 차가운 성격’이라기보다 ‘너무 많이 느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마음은 일종의 회로처럼 작동한다. 일정 수준까지는 기쁨, 슬픔, 분노, 불안을 모두 받아들이며 처리할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는 강도와 빈도의 자극이 계속 들어오면 회로가 과부하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감정 차단이다.

이 차단은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자동적인 방어 반응에 가깝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갈등이 심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매일 반복되는 싸움과 긴장 속에서 처음에는 두려움과 슬픔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곤 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남아,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지면 화를 내거나 울기보다 ‘정신이 멍해지는’ 쪽으로 반응한다. 이것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최소한으로 줄여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즉,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을 만큼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3. 감정을 모르면 선택도 어려워진다 – 자기 이해의 기반이 사라질 때


감정 둔감화 상태가 길어지면, 단순히 기분의 문제를 넘어서 삶 전체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보통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기준으로 선택을 한다. 직장을 고를 때도, 인간관계를 유지할 때도, 일상의 작은 취미를 정할 때도 결국 감정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면, 이 나침반이 고장 난 것처럼 작동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도 분명하지 않다. 사람들이 “넌 하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물으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먼저 멈칫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는 대답 뒤에는, 오랫동안 자기 감정에 귀 기울이지 못한 시간이 숨어 있다.

행동심리학에서는 감정을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필요와 가치에 대한 정보’라고 본다. 불편함은 경계가 침해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설렘은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감정의 소리가 계속 작게 처리되거나 꺼져 있는 사람은, 자신의 필요와 가치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그러면 외부 기준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운다. 남들이 좋다는 것, 주변에서 칭찬해 주는 선택, “이 정도는 해야 인정받는다”는 기준이 삶의 기준이 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삶을 살고 있어도, 속으로는 공허함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방향을 제시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4. 감정 볼륨을 다시 올리는 작은 연습들 – 느끼는 힘을 되찾기 위해


감정 둔감화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갑자기 눈물도 잘 흘리고, 기쁨도 크게 느끼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행동심리학적으로 보면, 목표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감정을 크게 바꾸려 하기보다 ‘이름 붙이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 중 몇 번이라도 멈춰 서서 “지금 나는 어떤 느낌이 드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편안함/불편함”, “따뜻함/차가움”처럼 아주 거친 두 갈래로만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채널에 다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몸의 감각을 통해 감정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감정은 머리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가슴이 답답한지, 어깨가 굳어 있는지, 속이 텅 빈 느낌인지 등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아, 내가 지금 생각보다 많이 긴장해 있구나”, “나는 지금 지쳐 있구나”를 알 수 있다. 이 작은 인식이 쌓이면, 감정을 미리 차단하는 대신 “내가 나를 이해하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느꼈든 그것을 “이 정도 느끼면 안 된다”고 평가하기보다 “내가 이렇게 느낄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인정해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감정은 논리 시험을 통과해야 존재를 허락받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조금씩 허락할 때, 줄여 놓았던 감정의 볼륨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