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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심리학

왜 나는 자꾸 남과 비교할까 행동심리학으로 보는 ‘비교 중독’

by bearbombi 2025. 12. 11.

 

왜 나는 자꾸 남과 비교할까 행동심리학으로 보는 ‘비교 중독’

 

1. 비교는 원래 나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괴로울까


“나보다 나은 사람은 너무 많다”는 생각, 한 번쯤은 해 본다. 친구의 연봉, 동기의 승진, 이웃 아이의 성적, SNS에 올라온 여행 사진과 집 인테리어까지. 머리로는 “각자 사정이 다르다”고 알면서도, 마음은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을 같은 선상에 세워놓고 점수를 매긴다. 행동심리학에서 보면 비교는 원래 인간에게 내장된 기능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집단 안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존에 중요했다. 그래서 뇌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정보와 나를 자동으로 대조한다. 비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적당한 비교는 목표를 세우고, 나를 발전시키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비교의 조건이 바뀐 지금이다. 예전에는 비교 대상이 주로 같은 동네, 같은 직장, 같은 학교 안에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만 켜면 전 세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의 ‘편집본’이 한 화면에 펼쳐진다. 우리는 남의 일상 중 가장 빛나 보이는 1%와, 내가 견디고 있는 오늘의 100%를 그대로 맞대어 비교한다. 그러니 결과는 늘 비슷하다. “나는 왜 이 정도일까.” 이때 비교는 나를 성장시키는 기능을 잃고, 존재 자체를 깎아내리는 잣대로 변한다. 비교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비교 잣대가 나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왜 나는 자꾸 남과 비교할까 행동심리학으로 보는 ‘비교 중독’

 

2. 비교 중독의 구조 – 타인의 ‘편집본’ vs. 나의 ‘원본 데이터’


행동심리학에서 말하는 비교의 함정 중 하나는 ‘기준점의 왜곡’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볼 때, 대부분 눈에 잘 띄는 하이라이트 장면만 본다. 승진 소식, 아이 상장, 여행 사진, 살 빠진 전후 사진 같은 결과물 위주다. 반면 나 자신을 볼 때는 실패, 실수, 지루한 일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본다. 즉, 타인의 편집본과 나의 원본 데이터를 비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비교를 반복할수록 뇌는 “나는 항상 부족한 쪽”이라는 결론을 강화한다. 실제로 어느 한 영역에서는 내가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비교의 시선은 늘 내가 뒤처진 영역만 골라서 본다. 이것을 인지 왜곡 중 하나인 ‘선택적 주의’라고 부른다.

또 하나의 특징은, 비교가 점점 ‘전부 아니면 전무’의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나보다 조금 더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로 일반화하고, 조금만 뒤처져도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점프한다. 이때 비교는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기평가를 확인해 주는 도구가 된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을수록, 뇌는 그 믿음을 증명해 줄 비교 대상으로만 시선을 돌린다. 그 결과, 비교를 할수록 더 불행해지는데도, 또다시 비교할 대상을 찾게 된다. 이것이 행동심리학에서 말하는 ‘비교 중독의 악순환’이다.

 

 

3. 비교는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 동기, 선택, 관계까지 바뀐다


비교 중독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기분만 나빠지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동기가 흔들린다. 나보다 훨씬 앞서가는 사람들만 보다 보면 “저 정도는 아니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하던 작은 노력들도 시시하게 느껴진다. 조금만 잘해도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어야 행동이 이어지는데, 비교 속에서는 웬만한 성과는 모두 “이 정도로는 안 돼”로 처리된다. 그러면 뇌는 “애써도 어차피 뒤처진다는 결론만 확인할 뿐”이라고 판단해, 점점 시도 자체를 줄이게 된다. 비교가 많을수록 실제 행동은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계 역시 영향을 받는다. 친구의 좋은 소식조차 진심으로 축하하기보다, 내 처지와 바로 연결되어 해석하게 된다. “나 빼고 다 잘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사람을 만나는 자리도 부담스럽다.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피하게 된다. 그 결과, 비교 때문에 외로워지고, 외로움 속에서 또 SNS와 타인의 삶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악순환이 생긴다. 부모라면, 비교의 칼날이 자신을 지나 아이에게 향하기도 한다. “저 집 아이는 저렇게 하는데”라는 말 뒤에는, 사실 “나는 엄마/아빠로서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자기비난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비교는 결국 타인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를 먼저 흔든다.

 

 

4. 비교를 끊을 수 없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제 남과 비교하지 말자”는 다짐만으로 비교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뇌는 자동으로 기준을 찾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행동심리학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첫 번째는 ‘수평 비교’가 아니라 ‘수직 비교’를 늘리는 것이다. 수평 비교가 나와 타인을 나란히 놓고 보는 방식이라면, 수직 비교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작년의 나보다 올해 나는 뭐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유지하고 있는 습관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쌓아 온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비교의 ‘량’을 줄이고, ‘질’을 바꾸는 것이다. 나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계정, 커뮤니티, 대화방이 있다면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언팔·뮤트가 아니라, “이 비교가 내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고 답이 ‘아니오’라면, 그 채널을 줄이는 선택을 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나에게 영감을 주고 현실적인 정보를 주는 비교 대상은 남겨 둔다. 예를 들어 “저 사람처럼 완벽해야 해”라는 부담을 주는 롤모델 대신, “저 사람도 작은 걸 꾸준히 하면서 여기까지 오긴 했구나”라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상을 일부러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를 떠올릴 때마다 한 번쯤 이렇게 질문해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기준은, 진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인가, 아니면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해서 따라 잡은 기준인가?” 이 질문은 비교의 초점을 타인에게서 나에게로 다시 돌려준다. 비교는 완전히 버려야 할 기능이 아니다. 다만, 그 비교의 방향과 기준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 더 이상 나를 상처 내는 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조금 더 선명하게 비춰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