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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심리학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릴 때 감정 기복의 행동심리학

by bearbombi 2025. 12. 9.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릴 때 감정 기복의 행동심리학

 

1. 오전의 나와 저녁의 내가 다른 이유 – 감정 기복은 성격 탓만은 아니다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별 이유 없이 가벼운 기분이 들다가도, 오후에 작은 말 한마디를 듣고 난 뒤부터 하루 전체가 망가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지쳐 있다가도 밤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계획을 잔뜩 세우는 날도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이 크게 오르내리면, 많은 사람들은 “나 왜 이렇게 유난하지?”, “기분이 너무 널뛰기하는 것 같다”라며 스스로를 이상하게 여긴다. 그러나 행동심리학에서 보면 감정 기복은 단순히 ‘감정적인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상태와 해석 습관, 그리고 하루 동안 쌓인 자극의 총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루를 시작할 때와 끝낼 때,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다르다. 아침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남아 있어 같은 자극을 받아도 더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동안 여러 번의 스트레스와 작은 긴장들이 쌓이면, 저녁에는 아주 작은 사건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번의 ‘미세한 소진’을 겪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진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문제다. 특별히 큰일이 없던 날에도, 작은 실망과 피로가 반복되면 감정의 바닥이 얇아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별일 없었는데도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갑자기’가 아니라, 그 전부터 조금씩 누적되어 온 감정과 에너지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릴 때 감정 기복의 행동심리학

 

2. 작은 자극에도 크게 출렁이는 이유 – 민감성과 ‘해석의 습관’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종종 “나는 너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다”고 말한다.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은 금방 잊어버리는데, 어떤 사람은 몇 시간 동안 그 말만 곱씹는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이런 차이를 단순히 예민함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습관’으로 본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의미를 붙이는지에 따라 감정의 파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가 메시지 답을 늦게 보내면, 어떤 사람은 “바쁜가 보네”라고 해석하고, 어떤 사람은 “혹시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라고 해석한다. 후자의 경우, 단순한 사실 위에 여러 겹의 의미와 추측을 덧붙이게 되면서 감정이 훨씬 크게 요동친다.

또한 과거 경험도 감정 기복의 민감도에 영향을 준다.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유사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 훨씬 빠르게 방어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뇌는 “이 장면은 위험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고, 그에 맞는 감정과 신체 반응을 미리 끌어올린다. 그래서 실제 자극이 작은데도, 몸과 마음은 ‘위기 상황’처럼 반응한다. 이렇게 “사건의 크기”와 “감정의 크기”가 계속 어긋나다 보면, 당사자는 스스로가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느끼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감정을 느끼는 능력 자체가 아니라, 의미를 붙이는 방식과 과거 기억이 현재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민감함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민감함이 늘 ‘위협’ 쪽으로만 작동할 때 감정 기복이 고통으로 느껴진다.

 

 

3. 감정 기복과 관계 피로 – 나도 힘들고, 주변 사람도 힘들어질 때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릴 때 가장 힘들어지는 부분 중 하나는 인간관계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깊이 가라앉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주변 사람 입장에서도 “뭘 잘못 건드렸나?”, “혹시 내가 기분 상하게 했나?”라는 불안이 커진다. 그래서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과 가까이 있는 이들은 종종 “그 사람 기분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감정 기복이 ‘당사자의 내면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관계의 패턴까지 바꾸어 버리는 지점이다.

감정 기복이 잦을수록, 사람은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또 기분 변덕 부린다고 할까 봐”, “내가 너무 오락가락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라는 걱정 때문에 감정 표현을 줄이거나, 반대로 순간순간의 감정에 맞춰 관계를 급하게 정리해 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날은 상대에게 크게 서운해졌다가, 다음 날이 되면 “내가 너무 과했나?”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넘어가는 패턴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어느 쪽이 진짜인지 헷갈리고, 당사자는 “나는 나 자신조차 잘 모르겠다”는 감각이 더 강해진다. 감정 기복이 문제라기보다, 그 기복을 설명하고 다루는 언어가 부족할 때 관계 피로가 크게 느껴진다.

 

 

4. 감정의 파도를 없애려 하기보다, ‘타는 법’을 배우는 쪽으로


감정 기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흔들림을 아예 없애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동심리학 관점에서 현실적인 목표는 흔들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가’를 배우는 데 가깝다. 첫 번째 단계는, 하루 동안 자신의 기분 변화를 거칠게라도 기록해 보는 것이다. “오전에는 편안, 점심 이후 짜증, 저녁에 무기력”처럼 시간대별로 간단히 적어 보고, 그때 있었던 사건과 몸 상태(수면, 식사, 피로도 등)를 함께 적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감정 기복이 ‘나라는 사람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하루의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패턴이 보이면, 조금씩 조정할 수 있는 지점도 함께 보인다.

두 번째는 감정의 언어를 늘리는 연습이다. 단순히 “좋다/나쁘다”, “행복/우울” 정도의 어휘만 사용하면, 작은 변화를 모두 극단적인 이름으로 묶어 버리게 된다. “지금은 약간 불안하다”, “조금 서운하지만 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완전히 무기력한 건 아니다”처럼 세분화된 표현을 써볼수록, 감정의 파도는 동일한 크기의 쓰나미가 아니라 다양한 높이의 물결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감정이 크게 출렁이는 순간에는 “지금 이 감정의 크기에 맞는 행동이 뭘까?”를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주 큰 결정을 미루고, 작은 자기 돌봄 행동(잠깐 걷기, 물 마시기, 잠시 눕기, 기록하기 등)부터 선택하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섬세함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 섬세함 위에 ‘나를 다루는 기술’을 덧붙이는 일이다. 파도를 없애는 바다는 없다. 하지만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운 사람은, 같은 바다 위에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두려운 탈것이 아니라, 내가 조금씩 조절할 수 있는 흐름이 되기 시작하는 지점은, 바로 그 작은 연습에서부터 열린다.